야만의 제국 - 염탐꾼의 눈

2001.05.23 12:10




높다란 나뭇가지 위에 올라앉은 오크 정찰병 밀러그은 가지 사이로 멀리 보이는 도시를 노려보고 있었다.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분주하게 물건을 사고 파는 인간들을 바라보는 밀러그의 얼굴에 비웃음이 떠올랐다.


밀러그는 벌써 인간들의 도시 코브 근처에 있는 기지가 그리웠다. 편안한 오두막, 매일 벌어지는 술 파티,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떠났던 사냥. 더더욱 그리운건 솥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훈제 고기의 냄새였다.


마법 연습을 하다 실수를 저질러 오크 군주에게 두둘겨 맞는 오크 마법사들을 낄낄거리며 쳐다보던 추억은 말할 것도 없었다.


밀러그가 받은 지시는 간단했다. "도시를 감시해라. 인간을 공격하진 말고. 인간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보고하도록 해라. 인간을 공격하면 안돼. 다음 지시가 있을 때까지는 절대로 인간을 공격하면 안된다구."


밀러그는 지시받는 걸 싫어했다. 지시 중에서도 특히 실허하는건 "공격하지 마라"라는 말이 들어가는 지시였다. 게다가 밀러그의 대장은 "공격하면 안돼"라는 말을 세 번이나 했다. 그러니 나중에 명령을 제대로 못 들었노라 우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대장은 너무 똑똑하단 말이야." 밀러그는 생각했다. 무심히 이마에 난 혹을 어루만지며, 밀러그는 지난번 대장의 명령을 어겼던 때를 떠올렸다.


그 때 밀러그는 오크 군주들이 화가 나면 얼마나 심하게 두둘겨 맞을 수 있는지를 배웠다. 밀러그의 머리에 난 큼지막한 혹은 그 날의 전리품인 셈이다.


그나저나 여기에 온지 일주일도 넘었는데, 기지에서는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밀러그는 자기가 왜 여기서 인간들의 도시를 감시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함께 온 다른 오크들과 마찬가지로 밀러그도 점점 초조해져 갔다.


갑작스레 나무가 넘어지는 소리에 밀러그는 상념에서 깼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오크 하나가 무시무시하게 생긴 도끼를 어깨에 메곤 쓰러진 나무를 공터로 끌고 가고 있었다.


오크들은 인간들의 도시 근처에 조그마한 야영장을 짓는 위험을 감수하기로 결정했었다. 하지만 인간들에게 들키지 않게 깊숙한 숲 속을 장소로 택했다.


그래도 인간들은 예측 불능이라 어디서든 불쑥불쑥 나타나곤 한다. 그런 인간들이 있으면...야영장에 지어놓은 솥에다 부글부글 끓여서 신나는 파티가 벌어지게 될 거다.


도시를 감시하는 원래의 임무를 다시 시작한 밀러그는 도시에서 빠져나오는 수 명의 모험가들을 발견했다. 나지막한 헛기침으로 그는 주변에 있는 다른 오크들에게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나무하던 오크들은 즉시 도끼질을 멈추고 나무 뒤로 숨었다. 


밀러그는 활을 쏠 준비를 갖췄다. 그는 반쯤 인간들이 자신을 발견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인간들이 야영지를 발견하면, 그건 내 잘못이 아니지." 밀러그는 씨익 흉칙한 미소를 지었다. 밀러그는 "실수로" 소리를 내는 걸 고려해보았지만, 머리에 난 혹을 다시 한 번 만져보곤 그 생각을 접었다. 다른 오크들은 도끼를 단단히 거머쥐고 있었다.


오크 군주의 협박에 가까운 명령만 아니었다면, 이미 모두 달려나가 모험가들을 고깃덩이로 만들었을 것이다. 긴장된 시간이 흐르고, 모험가들이 모두 지나간 다음에야 오크들은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오크 정찰병 밀러그가 다시 도시 정찰을 계속하려는 순간, 아래에서 또다른 오크가 굵고 나지막한 오크 언어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기지에서 온 최신 소식이었다.


밀러그는 오랜만에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도시 정찰을 계속했다. 기지에서 전달된 소식은 밀러그가 바라던 바로 그 소식이었다.


기다림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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