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제국 - 듀다고그의 이야기

2001.05.23 12:03




어젯밤 장로회의 시간에 주술사 장로에게 대들었다는 이유로 한 대 심하게 쥐어박힌 듀다고그의 눈탱이는 완전히 퉁퉁 부어 있었다. 하지만, 듀다고그의 입이 잔뜩 부어있는 것은 그 때문만은 아니었다. 주술사 회의에서 뼈로 점을 친 후에 부족 전체가 이사가야 한다고 결정을 내린지 20일 밖에 지나지 않됐는데도, 듀다고그는 이미 자신이 집이라고 부르던 통나무와 뼈무더기가 어떻게 생겼었는지 도통 기억해낼 수 없었다. 


 하지만 듀다고그는 동물들이 풍부하게 뛰놀던 사냥터만은 잊을 수 없었다. 듀다고그는 사슴이나 인간의 뼈를 오도독 오도독 씹어먹을 수 있는 널찍한 사냥터와, 백마리가 넘는 강력한 부족이 지키는 기지에서 쉴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을 잊을 수가 없었다. 자기가 좀더 젊었더라면 이렇게 떠돌아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았겠지만, 지금처럼 나이가 들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사냥하러 나가는 것도 좋지만, 자리에 앉아서 고기를 뜯는 편이 이젠 더 마음에 드는 것이다. 

그래서 듀다고그는 이 나이에 어린 것들에게 활쏘는 법이나 가르치고 있어야 하느냐고 투덜거렸던 것이다. 듀다고그의 불평을 들은 주술사 장로은 아무 소리도 않고 지팡이로 듀다고그의 눈을 한 대 심하게 갈겼다. 하지만 듀다고그는 주술사에게 같은 식으로 복수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주술사들은 원하면 오크 주변의 공기를 용암처럼 끓어오르게 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아침이 되자 듀다고그는 평소보다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다. 해가 막 지평선에서 떠오르고 있었다. 따가운 햇살이 듀다고그를 짜증나게 했다. 주술사들은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활쏘는 법을 훈련시켜야 한다고 했다. 아직은 알 수 없는 위협으로부터 오크 부족을 지키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나? 하지만 도대체 무엇이 오크 부족을 위협하고 있다는 말인가? 주술사들이 떠들어대는 이 새로운 위협이, 정든 고향을 버리고 대륙을 떠돌아다니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는 말인가? 오크들에게 새로운 땅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일까? 필요한 것이 있으면, 그냥 빼앗아버리면 될 것 아닌가?

오크들은 어리버리한 에틴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었다. 그런데, 이제 그 덩치 큰 친구들을 뒤로 하고 먼 길을 떠나온 것이다. 듀다고그는 주술사들처럼 머리가 좋지는 않았지만, 에틴들과의 동맹 관계를 저버리고 이렇게 길을 떠나는 것이 좋은 생각 같지는 않았다. 물론 듀다고그가 하루종일 하는 생각이라고는 "배고프다. 밥 묵자", "길 좀 막지 말고, 절루 가라!", "졸려, 낮잠이나 자야지", "아직도 안 갔나? 절로 좀 가라!" 등등… 단순한 것 뿐이었지만 말이다.

듀다고그는 불안해지면 도끼 날을 가는 습관이 있었다. 고향땅을 떠날 때 새로 장만했던 숯돌이 이젠 주먹만 하게 줄어들었다. 훈련이 시작되려면 아직 시간이 좀 남았지만, 듀다고그는 도끼를 가느라 그만 목이 말랐다. 물론 배도 고팠다. 듀다고그는 곰처럼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긴 했지만, 오크란 원래 그런 것 아니겠는가? 듀다고그는 일단 가까운 시냇가로 가서 목을 축이기로 했다. 맥주를 한 잔 할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훈련 전에 술을 마시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그가 훈련 규칙에 크게 신경을 쓰는 것은 아니었지만, 주술사에게 들켜서 나머지 한쪽 눈마저 밤탱이가 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듀다고그는 어슬렁 어슬렁 시냇가로 내려갔다

듀다고그는 훈련생으로 보이는 오크 하나가 시냇물 속에 목만 내놓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오크는 물 마시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목욕은 더더구나 싫어했던 것이다. 그러니 수영할 줄 아는 오크란 있을 수가 없었다.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열심히 굴린 끝에, 듀다고그는 바보같은 훈련생이 미끄러져서 시냇물에 빠졌으리란 결론을 내렸다. 듀다고그는 어서 물에서 나오라고 소리를 질렀다. 훈련생은 듀다고그의 말을 조용히 무시해 버렸다. 듀다고그는 어이가 없었다. 오크가 목욕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충격을 받는 일이었다. 오늘은 아무래도 일진이 좋지 않은 날이 될 것 같았다.

안 그래도 이리저리 열 받는 일이 많았던 듀다고그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었다. 숫돌을 던져서 버릇을 고쳐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깡마른 오크가 듀다고그가 던진 숫돌을 냉큼 받아내자 듀다고그는 다시 한 번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리에서 서서히 일어난 깡마른 오크가 목에다 손을 대고 자신의 얼굴 가죽을 통 채로 벗겨내자 듀다고그는 더더욱 충격을 받았다.

그 깡마른 오크의 몸은 녹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듀다고그는 자기가 본 이 무시무시한 마술사 오크에 대해 부족에게 알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듀다고그가 도망치려할 때, 그의 생애 마지막으로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숫돌이 날아와 듀다고그의 뒷 목에 정확하게 꽂힌 것이다. 목이 잘려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이런 식으로 목마름을 해결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는 더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의 의식은 칙칙하게 흐려져 갔고, 듀다고그는 다시는 아침 해를 볼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주의사항] 이 이야기는 앞으로 장기간에 걸쳐 벌어질 울티마 온라인 상의 이벤트에 대한 힌트로 마련된 것입니다. 이벤트의 정확한 내용은 차츰 밝혀지게 될 것입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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